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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지적장애 미성년자 성폭행’, KBO 정말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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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52회 작성일 21-07-0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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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한화 포수 엄태용,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2심서 징역 4년 6개월 중형
- 경찰 수사 시작된 뒤 KBO는 참가활동정지, 한화는 퇴단 발표
- 중징계 처분 내리면서도 “경찰에서 알려주지 않아 사건 내용 모른다” 납득하기 힘든 주장
- KBO 정운찬 총재 이후 급증하는 프로야구계 성폭력, 축소-은폐 의혹도 갈수록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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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가 여성을 성폭행했다. 가뜩이나 피해자는 지적장애를 가진 미성년자였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프로야구 선수가 성폭행 때 사용한 건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 성분이 포함된 약물이었다. 그것도 감기약으로 속여서 먹이는 수법을 동원했다. 
 
1심 재판부가 징역 3년 6개월을,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보다 더 무거운 징역 4년 6개월의 중형을 내린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몰랐다. 전 한화 이글스 포수 엄태용 얘기다.
 
엄태용의 범행은 방출이나 임의탈퇴선수 신분으로 저지른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초 한화 구단 소속일 때 벌어진 일이다. 현역 프로야구 선수가 수면제를 사용해 지적장애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엄태용을 겨냥한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지난해 6월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엄태용에게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렸고, 한화는 임의탈퇴 발표 후 퇴단 처리했다.
 
KBO와 한화, 엄태용의 ‘미성년자 성폭행’ 정말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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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KBO와 한화가 엄태용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언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KBO는 한화의 엄태용 퇴단 발표가 있기 몇 시간 전, 10개 구단에 공문 하나를 보냈다.  당시 공문엔 ’상해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엄태용에 대해 참가활동정지 조처를 내렸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KBO 공문엔 엄태용의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았다. KBO는 통상적인 선수 참가활동정지 때와 달리 엄태용에 대해선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고, 언론에도 알리지 않은채 조용히 처리하려 했다.
 
공문 내용만 봐선 마치 KBO가 ‘상해 사건’ 때문에 참가활동정지 제재를 내린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엄태용의 상해 사건은 일방 폭행이 아닌 쌍방폭행 사건이었고, 재판 결과 상대 여성과 엄태용 양쪽 다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여자친구를 폭행해 경찰 조사를 받은 다른 야구선수 사건에 대해선 아무런 제재를 내리지 않았던 KBO다. KBO가 엄태용에 대해 참가활동정지 제재를 내렸을 때 야구계가 의아해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엠스플뉴스는 KBO 정금조 운영본부장에게 ‘상해 사건만으로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냐’고 질의했다. 정 본부장은  상해 사건과 최근에 있었던 일까지 모두 고려해서 내린 처분 이라 답했다. 하지만 ‘최근 일이란 게 무엇인지’ 묻자 “경찰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정 본부장의 말대로라면 KBO는 정확히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사건을 갖고 중징계 철퇴를 내린 셈이 된다. 
 
KBO의 공문이 나오고 몇 시간 뒤 한화도 엄태용의 임의탈퇴 공시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냈다. 한화는 “지난해 3월 엄태용이 교제 중이던 여성과 말다툼 중 상해를 입혀 현재 재판을 앞둔 상황”이라며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또 다른 일에 연루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음에도 이 사실을 구단에 보고하지 않아 22일 엄태용을 KBO에 임의탈퇴 공시요청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한화가 언급한 ‘또 다른 일’이 바로 나중에 밝혀진 사상 초유의 지적장애 미성년자 성폭행 범죄였다.
 
한화 역시 나중에 엄태용의 범행 내용이 알려진 뒤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인지 경찰에서 알려주지 않아 몰랐다”고 주장했다. 무슨 사건인지도 모르면서 임의탈퇴 처분을 내릴 수 있는지 묻자  이미 불미스러운 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선수가 또 다른 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구단에 보고하지 않아 신뢰가 깨졌다. 선수 본인도 현역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고 설명했다.
 
정확히 무슨 혐의인지도 모르는 일로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린다는 건 넌센스다. 하지만 그 일이 미성년자 성폭행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또 사건에 연루된 선수가 구단에 보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의탈퇴 철퇴를 휘두르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 하지만 그게 지적장애 미성년자 성폭행이었다면 의문이 해소된다. 
 
KBO는 성폭력 무풍지대, 정부가 나서 철저히 조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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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일각에선 엄태용에 대한 제재를 발표할 당시 KBO와 한화가 사건의 심각성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현역 프로야구 선수의 지적장애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가져올 파장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상해 사건에 초점을 맞춰 축소 발표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다. 미성년자 성폭행 범행이 뒤늦게 보도를 통해 알려졌을 때는, 이미 엄태용은 KBO와 구단에서 쫓겨나 ‘전직 선수’가 된 상태였다. 
 
KBO는 여전히 엄태용의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사건 당시 난 KBO 사무국이 아닌 KBOP 소속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면서도  “ 당시 ‘재판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게 KBO의 입장이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혐의 내용을) 인지했다고 보는 게 맞다 고 밝혔다.
 
그러나 한 야구 관계자는 ‘경찰이 한화 서산 2군 훈련장까지 찾아갔을 정도면 사건이 꽤 심각하다는 걸 구단과 KBO가 어느 정도 감지했을 것’이라며 “경찰이 알려주지 않아 무슨 사건인지 몰랐다는 건 말도 안 되는 핑계다. 리그의 총괄하는 KBO라면 선수 본인이나 주변 사람과 면담을 통해서라도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는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KBO 암행감찰관이 제재 전에 엄태용의 혐의 사실을 KBO에 보고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 류 총장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당시 KBO가 어느 수준까지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체크해 봐야 확인이 될 것 같다. 이 문제를 덮거나 숨길 생각은 전혀 없다.” 류 총장의 답변이다.
 
프로야구 선수가 지적장애 장애인을 졸피뎀을 사용해 성폭행한 건 프로야구계 전체가 부끄러워해야할 사안이다.  하지만, 여전히 KBO는 "우린 몰랐다"로 일관하고 있다. KBO의 모르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KBO는 한국 스포츠계에서 성범죄와 관련해 가장 관대한 협회다. 지난해 KBO에선 두 건의 사내 성폭력 사건이 터졌다. 이것도 조용히 처리하려다 언론에 알려지자 마지못해 인정했다.
 
KBO에 자정을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이참에 국가인권위가 진행하는 스포츠 성폭력 조사에 프로야구도 포함시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이 많다. 언제까지 프로야구가 '성폭력 무풍지대'로 남는 걸 용인해야 하나. 
 
지적장애 미성년 성폭행 피해자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 KBO의 그간 성폭력 사건을 집중 재조사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하여 누가 매번 사건을 축소, 은폐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정운찬 총재 취임 이후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축소, 은폐 의혹이 왜 더 자주 제기되는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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